우리네 부터 각성하지 않으면 또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지난여름 전국민에게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상 유래 없던 빗줄기가 그 실제의 온도보다 더 강렬하게 우리네 가슴을 얼렸다. 특히 내가 사는 봉화, 영주 지역은 전국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교에서 위성방송용 텔레비전을 통해 하염없이 쏟아붓는 빗줄기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 '와, 우리 전국 1등 먹었다!' 해서 웃음을 터뜨렸던 기억. 지금은 그 철없던 기억도 죄책감으로써 반성할 뿐이다. 명색 좋은 고등학생이라 공부해야했기에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친척 댁이 물에 쓸려갔던, 지붕에 구멍이 났던 모른 척 해야 했다. 고등학생이기 이전에 한 사회의 인간인데. 차라리 전화라도 한 통화했었다면 그나마 인간이다.

기숙사에서 하직하며 집으로 향했던 주말. 집은 무사할까? 버스 안에서 마음을 졸이며 동네에 도착했을 때는 기사아저씨에게 버스표도 주지 않고 뛰어 내릴 뻔한, 그런 충격적 모습의 동네가 있었다. 여기 우리 동네의 한 분의 게시판 글을 올려 본다.

< 난 지금까지 동네에서 이렇게 수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상상조차 하여보지 않았습니다. 글로는 다 나타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내 눈으로 처음 보는 순간 정말 아찔하였습니다. 울진에서 동네로 오는 도로가 붕괴되어 영양으로 하여 춘양을 지나 왔습니다. 맷재를 넘자 곳곳에서 산사태가 쏟아져 아스팔트를 뒤덮고 분천을 돌아오는데 분천 다리가 없어졌습니다. 다시한번 확인하였지만 정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 건너 계곡에서 쏟아진 흙더미는 밭을 뒤덥고 널찍이 드러누워 허연 이빨을 내놓고 비웃는 괴물과 같았습니다. 건진제제소가 흔적도없이 흙탕물에 떠내려가고 광비마을회관은 완전 붕괴되어 주저앉아 버리고, 건너는 다리는 중간이 싹뚝 잘린체 흉뮬처럼 남아있었습니다. 최씨 옛집은 무너져 탈색된 함석 지붕만 기우뚱 거리고 있고, 옆집 최씨의 집 아래가 다 파여나가 방안이 들여다보였습니다. 돌아보는 눈에는 여씨 논이 어디갔는지 보이지않고 경운기도 휩쓸어간 물만 철철 넘쳐흘렀습니다. 어째 이런일이 어째 이런일이.....이씨집은 물에 잠기며 흙이 방과 주방 모든곳에 빼곡히 들어와 마을 사람들이 흙을 치우고 살림살이를 치우느라 땀을 흘렸습니다. 전주도 너무 많이 넘어져 꼭 폭격을 맞은 기분입니다.>

다 끝난 일 가지고 왜 기사화 하는가? 누군가 이렇게 물었을 때, 난 대답했다. '니들이 이 악몽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느냐. 아니면 막으려고 시늉이라도 할 것이냐? 그렇지 않다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수해를 크게 입었던 강원도, 경북 북부 지방 등에서는 주민들은 가랑비만 봐도 심장이 방망이 친단다. 여전히 제대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곳도 많다. 저기가 더 크게 수해 입었다면서 예산이 없다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룬다. 제대로 시찰이나 해 보셨는가? 윗분들이여. 그때나 지금이나 국수 몇 봉지, 옷 몇 가지는 필요 없다. 와서 보기라도 제대로 봐주신다면...

윗분들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고등학생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지금 길거리를 내다본다. 쉬는 날이라 PC방은 중고생들로 붐비겠지. 나와 같은 고등학생들이여. 수해가 났을 때, 삽으로 토사는 못 퍼낼 지언정 키보드나 두드리는 손가락이라도 까닥해 보았는가? 우리는 그동안 교육정책이나 학교문제로 윗분들을 욕해오지 않았던가? 부끄럽게 우리를 돌아보면, 정면으로 자신을 쳐다 볼 수도 없으면서. 우리부터 각성해야 한다. 진정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의 고충을 모르고 산다면, 그깟 알량한 문제집 한번 더보는게 무슨 소용있을까? 문제집 속에는 인간으로써 달성해야할 삶의 순수와 정의는 없다. 어른들과 같은 대우 받길 바라면서 정작 지식에만 묶여 중요한걸 망각해선 안될 것이다. 문제집 속에 삶은 없다.

중학생인 내동생이 당시에 이랬다. 몇몇아이들은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동생은 친구들과 학교에 가는 버스에 올랐고, 다른 몇몇아이들은 수해 복구 현장에서 자그마한 구슬땀을 흘릴 때였다. 학교에 다녀온 동생이 말했다.

'오빠, 나하고 내친구 두 명은 학교 갈땐 모범생이었는데 돌아와 보니까 불량학생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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