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새벽 산책길 여는 아줌마 4인방

“두 다리가 보배”란 말이 있다. 걷는 것이 건강에 제일 좋다는 뜻이다. 매일 여명(黎明)부터 서천 둑 산책길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부터 열린다. 혼자, 친구, 부부, 이웃 등 다양한 시민들이 계절에 관계없이 걷고 있는 서천 둑 산책길은 우리고장의 새로운 풍경이 된지 오래다.

이들 중 10년이 넘도록 함께 걸어 온 60대 아줌마 4인방이 있다. 이 4인방은 휴천 2동 14통에 함께 살아온 이웃사촌들이다.

왕언니 격인 심영자(68)씨는 지금까지 가정에서 아내로, 어머니로서만 조용히 살아온 탓인지 아침 일찍 밖에 나와 걷는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언제부터 왜 이렇게 걷게 되었는지= 심씨는 “50대 중반에 처음 시작했으니 어느덧 10년이 훨씬 넘었다”고 했다. 여자들은 50대가 되면 갱년기에 접어드는데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했다.

“외적으로는 멀쩡하지만 그 괴로움 남편도 몰라줍디다. 그러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주 만나고 오랫동안 자매들처럼 살아 온 이웃사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 동병상련(同病相憐)이었지요. 가슴 속에 평소 쌓였던 아픔을 함께 이야기하고 걸으면서 웃으니 마음이 시원해지고 답답했던 우울증도 점차 해소됨을 느끼게 됐습니다”

심씨는 걷는 것이 약(藥)보다 효과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부터 지금까지 걷기운동을 생활화했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언제나 아침 4시 50분에 각자 집에서 출발, 함께 서천변 양 둑길을 따라 약 6km 거리를 돌고 6시 20분경에 집에 돌아와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고 했다.

▲아름답게 변한 서천=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박남서(63)씨는 긴 세월 아침마다 한 길을 걸으면서 서천 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사람도 자주 만나 보면 친해지듯 서천 변에 사계절 자연 풍경을 몇 년을 계속 보니 볼수록 정감이 가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란다. 또 해마다 나무며 꽃들이 많이 심어지면서 많이도 변했다며 뿌듯해 했다.

봄을 알리는 새싹과 꽃들, 여름이면 무성히 우거진 녹음, 가을이면 무르익는 들판의 곡식과 붉게 물 들어가는 단풍, 그리고 삼라만상들이 겨울이면 흰 눈을 이불삼아 고요히 잠든 모습....서천 둑방길에서 볼수 있는 풍경들이다.

박씨는 이같은 풍경이 “불안 속에 허덕이던 정서를 안정시켜 주고 무거웠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 것”이라며 “하루가 시작되는 매일 아침 한 시간 반 정도의 산책으로 인해 가족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고 진솔한 행복을 얻었다”고 했다.

박씨는 휴천 2동 스포츠 댄스 회원이다. 올해 전국대회(구미)와 도(道) 대회(김천)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았다.

▲산책에서 얻은 행복= 50대의 절망을 가졌던 이들 아줌마 4인방은 산책으로 활력을 얻어 60대에 새 삶을 찾았다고 자랑을 했다.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일까지 배우면서 즐거움을 만끽한다며 남재순(65), 한춘자(62)씨는 “며느리, 아내, 어머니로서 바쁘게만 살아 온 지난날이 가고 긍정적인 사람들을 만나 어려웠던 일에 고비를 잘 넘기고 나니 이제는 바쁘기만 하다”고 했다.

“우리 네 사람은 아침 걷기는 기본이고 각자 주민센터에서 실시하는 주 1회 스포츠 댄스 교습, 지역 복지관 봉사활동, 자아개발을 위한 평생교육과정의 서예, 노래 등을 하면서 여가를 선용하며 만족을 가집니다. 이 모두 함께 산책 하면서 얻어지고 이루어진 일이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전우성 시민기자 lkj10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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