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요즘 국민의 뜻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국민의 뜻으로 합리화한다. 어리석은 우리는 그 말을 믿고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간다.

국민의 뜻을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당성에 있다. 행위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하여 대다수 우리 지도자들은 국민의 뜻을 운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에는 매우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 들어 있다. 우리는 바로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신문을 읽을 때도 행간을 읽듯이 국민의 뜻과 그렇지 않음 사이의 간극을 반드시 간파해야 하는 것이다.

세종은 용비어천가에서 천명(天命)을 말하여 정당성을 획득하려고 하였다. 그 때 백성들은 하늘의 뜻이라고 하면 어떤 말이라도 믿었다. 그래서 집을 옮긴 것도 천명이요, 정치적인 결단을 내린 것도 천명이었던 것이다.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서 법을 정하고 규범을 세우며 정치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민주 국가의 모습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지도자들에게서 국민의 뜻으로 잘 포장된 이기(利己)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서글픈 생각이 든다. 특히 포장된 이기가 가끔씩 포장을 뚫고 날카로운 날을 삐죽이 내밀 때는 너무 속이 상하다.

하여튼 거리를 두고 멀찍이서 두고 볼 일이다. 지도자들이 말하는 국민의 뜻이 바른 말인지를, 이기에서 출발된 것은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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