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돈은 따로 벌고 점심은 한 솥밥 먹는 ‘락(樂)’

각박한 현실사회에서 보기 쉽지 않은 일이면서 그 정겨움, 옛 시골 우리 어머니들의 인정이 물신 풍기는 장면이다. 점심때 이곳을 지나면서 그 모습 보기만 해도 침이 저절로 꿀꺽 넘어가니 말이다.

매일 점심때가 되면 아주머니 한분이 전기밥솥에 따뜻한 밥을 짓고 빈 상자를 밥상삼아 그 위에 된장에 풋고추, 멸치볶음과 갓 절인 김치를 차려 놓고 “빨리 모여라. 우리 밥 먹자”하고 외친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옆 노점(路店)에서 각각 장사하던 아주머니 5명이 일제히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면서 손으로 김치를 쭉쭉 찢어 밥숟가락에 얹어 맛스럽게 입 안으로 가져간다.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밥 한술이라고 먹여 보내는 인정까지 있다. 쌀은 공동으로 사고 반찬은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오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다.

이 모습은 영주 역전에서 시내를 향하다 보면 휴천 2동 신영주 농협이 보인다. 농협 앞이 영주종합시장입구이며 옛날 번개시장이라고 불렸다.

이곳에서 번듯한 점포 없이 30여 년간 낮이면 노점에서 어물과 야채 등을 팔아 자녀들의 학비조달과 생계를 유지해 온 어머니들이 점심 나누어 먹는 장면이다.

긴 세월, 만고풍상과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살아와 이제 70대 나이에 들어서며 인생을 성공시킨 어머니이자 삶의 달인이 됐다.

이곳에서 만난 박춘자(69)씨는 “생각해 보면 쉬운 일도 있었고 또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해결 못 할 일도 없었다”며 “아직도 멀었지만 자녀들에게는 할 일 다하고 나니 홀가분하면서 이제는 큰 걱정 없어 이곳에 나와 정든 친구들, 사실 자매들 같이 지내는 것이 제일 즐거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김화자(68)씨는 “한 때 경북선에서 나오는 손님들이 많았을 때는 정말 장사가 잘 됐다”며 “대형마트가 생긴 후로는 옛날 같은 재미는 보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다정하게 함께 점심을 나누어 먹는데 대해 이옥분(69)씨는 “옆 자리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어도 인간적으로 마음이 통했고 처음에는 형편이 너무나 같다고 생각하니 동정심과 협조심이 생겨 10여년 전부터 함께 밥을 지어 먹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우성 시민기자 lkj10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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