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김형, 많은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고 있습니다.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적을 옮기는 사람들이 연일 신문 지상에 보입니다. 젊고 촉망받던 사람에서부터 정치 생명이 끝나가는 인사에까지 옮기는 것을 보면 때는 때인가 봅니다. 한마디로 철새의 계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에서 누가 철새냐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들의 대부분은 명분을 내세워서 적을 옮깁니다. 명분 중에서도 민의를 운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역민들의 민의가 있기에 적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명분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형, 우리가 결단하고 행동을 할 때는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만 그 실리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분은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고 그 정당성으로 인하여 윤리적인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실리가 동반되지 않는 명분이란 이상에 불과할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실리는 소인배들의 이익을 탐하는 행동과는 달라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은 정당이나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명분과 실리, 실리와 이익, 명분과 명예욕 등을 구분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행위의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를 잘 따지면 명분과 실리에 대한 판단이 설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김형, 사람이 사는 게 뭔지, 일편단심도 문제고 얽혀서 사는 것도 문제이니 참으로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냉소적인 태도만을 고집할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참 혼란한 세상입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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