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각종 상을 다시 생각해 보자-

박하식 기자의 10월 14일자 기사 [박하식의 영주바로보기21] '영주시민대상' 을 읽고, 나도 내 아내의 상을 받기 위해 연가(年暇)를 내고 경주까지 함께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아이가 학급 반장이라서 담임 선생님께서 학모인 내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통일 문예 공모에 학부모 글이 필요한데 받을 사람이 없으니 꼭 좀 써 달라는 내용이었답니다. 내가 지역 신문과 잡지에서 더러 잡문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아내는 나만 믿고 쉽게 대답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아내는 고민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부터 매일 저녁 원고지와 씨름을 했습니다. 하지만 파지(破紙)만 쌓이고 진척이 없어서 얼마나 썼느냐고 물어보았더니 200자 원고지 두 장을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15매를 채워야한다면서 나에게 마무리해주지 않으면 밥을 해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가사 노동을 분담해야 마땅하다면 지금까지 20년 동안 자기가 수고해 왔으니 앞으로 20년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이 글만 체면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완성해주면 밥하는 것은 자신이 전담하겠다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나는 그 유혹에 넘어가서 이틀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완성을 하고 글을 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응모자가 그리 많지 않았던 탓인지 일반부 최고상(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상)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기분이 좋았죠. 일단 체면을 세웠고 가사 노동을 면제받았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은 그렇지 않더군요. 아무리 타이틀이 통일 문예라지만 전국 규모의 행사에서 최고상이라면 50만원 상당의 부상은 상식이 아니겠냐면서 시상식에 입고 갈 옷을 사 준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할 무렵이었으니 아마 지금쯤이었을 겁니다. 한껏 멋을 내고 카메라까지 준비해서 경주를 향했답니다. 갈 때 기분은 온 세상이 우리 부부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부풀었었지요. 오죽하면 중앙고속도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계속 달리다가 경주로 빠지지 못하고 언양까지 갔겠습니까?

언양 톨게이트에서 경주가 목적지인데 잘못 왔다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경주로 되돌아왔는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운전자인 내가 기계에서 뽑았던 티켓을 카 오디오 아래에 물컵을 받치도록 장치된 부분에 얹어 놓았는데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서 꺼낼 수가 없는 것이었지요.

또 사정을 말했더니 일단 최장거리 구간을 탔다고 보고 계산한 요금을 물고 나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그 티켓을 찾아오면 다시 계산해서 남는 돈은 환급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여간 내가 내야 할 돈의 몇 배를 물고 나왔답니다.(나중에 카센타에서 티켓을 꺼내 가지고 경주까지 가서 추가로 문 돈은 돌려 받았습니다.)

하여간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보다 하면서 위안을 삼았지요. 경주교육문화회관을 찾아가니 정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있더군요. 워낙 일찍 출발했던지라 시간이 남았는데 상을 받을 사람들을 미리 앞에다 앉히고 연습을 시키더군요. 아내는 최고상이기 때문에 두 번이나 연습을 했답니다. 그런데 정작 시상식에서 상장은 금박으로 화려하게 만들어서 융단으로 된 케이스에 넣어놓은 것을 받았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부상은 2∼3만 원 상당의 시계 하나에 불과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허탈하기까지 했지요.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참석자 전원에게 화려한 팜플렛은 물론이고 단행본 책자와 도자기로 된 기념품까지 돌리는 것입니다. 정말 많은 예산이 확보된 행사였던 모양입니다. 가난한 주최측의 의미 있는 행사라면 내가 이렇게 속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명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면서 위로했지요.

불국사를 돌아보고 사진을 찍은 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영주로 돌아오는 걸음이 결코 가볍지는 않더군요. 아내에게는 미리 비싼 옷까지 사주었으니 내 비자금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가 아니겠습니까? 집에 돌아오니 지역의 명예를 빛내주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기관장들이 보낸 축전만 잔뜩 쌓여 있더군요.

무릇 상이란 실력이 있거나 상을 주어야 할 만큼 노력이 가상한 분에게 더해지는 위로와 격려 차원이기도 하지만, 당사자에게 자신감을 주어서 '지금까지의 스스로의 작업이 허망했던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성취감을 함께 줌으로써 그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하여 더 큰 발전을 이루고 많은 봉사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제도입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여러 상들 중에는 격에 맞지 않게 너무 빈약한 것도 있고, 너무 과분한 것도 있어서 또는, 선정 과정의 여러 가지 의혹 때문에 받아서 오히려 불명예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학맥과 인맥을 이용한 사전 로비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심사위원의 자질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심사위원 선정에서부터 상을 결정하여 시상식을 집행할 때까지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노벨상을 위시해서 지역에서 주는 시민대상, 또는 각종 문학상에서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 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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