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 사람] 제자 사랑 가슴에 품은 김욱 선생

▲ 김욱 선생은 부인 류인희 여사와의 사이에 2남 광석, 태연씨를 두고 있다. “맏이는 미술을 전공해서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는 컴퓨터프로그래머로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요, 둘째는 아직 미혼인데 어디 좋은 색시 감 없어요.? 똑똑하고 돈도 잘 버는데...”

김욱(75)선생은 모시한복을 입고 우리 일행을 맞았다. “초가삼간을 찾아주어 고맙습니다.” 훤칠한 키에 미소 띤 얼굴에서 인자한 할아버지를 느낀다. “여기가 내가 태어난 고향이니 교직생활 44년 마치고 99년부터 여기로 돌아와 살았지요.

내가 문수국민학교(초등학교) 4회라...” 선생은 무섬에서 하는 외나무다리 축제와 달집태우기의 사회자다. “외나무다리도 그렇고 달집태우기도 첫 회부터 지금까지 다 사회를 봤죠.”

선생은 무섬에 사신다. 교직퇴직 후 1999년부터다. “집사람하고 요 앞 물 건너 밭 한 떼기에 콩하고 고구마, 고추를 심어 먹을 거는 되니 집 마당은 꽃을 심어 즐기지. 집사람도 좋아하이 하지”라며 마루에서 고추를 말리는 부인에게 눈길을 준다. 전통마을 무섬의 집들은 와가(瓦家)아니면 초가(草家)다. “여기가 140평인데 이 초가는 13평이예요. 얼른 이리 처마 안으로 들어서요. 비가 와서 짚 썩은 물이 떨어지는데 옷에 묻으면 빨아도 안 가요.(안 지워져요)” 정말 초가삼간이다.

13평의 집을 제외한 땅은 모두 정원이다. 정원에서 집 앞까지의 길은 넓은 돌을 어른 걸음 폭 만큼 간격을 두고 놓아 마치 개울을 건너는 기분이다. 정원에는 채송화, 봉숭아꽃 등 온갖 종류의 꽃에다 수련에 연꽃까지 있다. 이 꽃들이 몇 그루의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여름풍경을 연출한다.

또 집 마루 앞에는 넓은 푸른 잎 사이로 크고 작은 수세미가 초가지붕과 어울려 평화로운 시골풍경을 보여준다. 바람결에 어디서 달콤한 냄새가 날아든다. 사랑방 옆 포도나무에 잘 익은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다.

TV에서 선생 댁을 봤다. SBS의 ‘잘먹고잘사는법(양희은의 시골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다. “봤어요? 올해는 5월8일이였고 작년에는 6월 20일이 넘어서였지. 22일인가? 필립인가 하는 외국인과 양희은씨가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곳으로 여길 꼽아서 또 온 거라고 하데요.”하며 옅은 미소를 띤다.

▲ 13평의 집을 제외한 땅은 모두 정원이다. 정원에서 집 앞까지의 길은 넓은 돌을 어른 걸음 폭 만큼 간격을 두고 놓아 마치 개울을 건너는 기분이다. 정원에는 채송화, 봉숭아꽃 등 온갖 종류의 꽃에다 수련에 연꽃까지 있다. 이 꽃들이 몇 그루의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여름풍경을 연출한다.

TV에 나온 음식 중에 ‘국화잎냉국’이 화제였다고 하자 잘 익은 포도를 쟁반에 담아 오시던 사모님께서 “그건 그냥 국화잎으로 하면 안되고 재래국화잎이라야 해요. 요즘 보기 드문데 꽃이 달라요. 은은한 황금색이예요. 국화잎냉국은 친정에서 배웠어요. 때 맞춰오면 해드리껜데(해줄 텐데)”하며 웃으신다.

“집사람이 전주이씨 양반인데, 안동에서 여기 나한테 시집왔어요. 나는 스물둘, 이 사람은 스물에 집사람 친정에서 혼례를 올렸지만 지금은 수몰이 됐다고 하네요. 한들이라는 동네로 참 좋았는데 지금은 구미 서산 일산리로 모두 다 이주를 했어요. 이 사람(부인) 젊을 때 추억도 다 수몰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아요. 저 짝(쪽) 동네도 댐 만든다고 수몰된다는데 좋은 점도 있다지만 참말로 안됐어요.”하며 강 건너 산 쪽을 바라다 본다.

“교직에 오래 있었으니까 제자들이 많아 좋고... 김대중 정권 때 정년퇴직(1999년)을 하고 다음해부터 3년을 봉화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옛날 영일군, 영일초등학교(포항 영일)때 제자들이 찾아왔어요. 여섯명이서 환갑이 다 돼서 머리가 허예(하예)가지고 ... 어째 알고 왔냐니까 교육청에 ‘스승찾기’를 통해 알았다고... 참말로 눈물이 나데요. 그래 집사람이랑 포항에 가서 큰절 받고 호강하고 왔지. 내 환갑상보다 더 잘 차렸더라고 고마운 일이죠.”

선생은 아직도 당시 초등학교 제자들에게 받은 편지와 퇴직 때 동료 교사들에게 받은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

‘선생님, 저에게 가르침의 길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시는 선생님. 저도 그 길을 따라가려 노력하겠습니다.’

‘어린 후배교사에게 진정으로 존경스럽기만 한 선생님의 교직 수십 년은 너무도 찬란하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기만 한 제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됩니다. 선생님, 꼭 선생님을 닮아가려 합니다.’

“가끔씩 앨범도 보고 애들 편지도 보고 동료 선생님들 편지도 들쳐보곤 합니다. 얼마 전 선거 때 선거 사무실 들렸다가 문수초등학교 있을 때 같이 있던 장하숙선생(전 도의원)을 봤어요. 한 50년 만에... ‘지금도 바른 소리 잘해?’하더군요. 당시 잘생긴 남자와 사귀는 것 같았는데 지금 남편이라고 하더군요.” 라며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는다.

김욱 선생은 부인 류인희 여사와의 사이에 2남 광석, 태연씨를 두고 있다. “맏이는 미술을 전공해서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는 컴퓨터프로그래머로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요, 둘째는 아직 미혼인데 어디 좋은 색시 감 없어요.? 똑똑하고 돈도 잘 버는데...”

안경애 시민기자 agh3631@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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