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우리 시 읽기]

안상학(1962~)

여름밤 들마루에 누워 별을 헤었다
월남치마 어머니 무릎베개에 깜박 잠들다
멀리 사격장 총소리에 깨어보면
벌겋게 단 총알이 하늘로 올라가다 사라졌다

가끔씩 총알이 솟는 그곳은
낮이면 호미 들고 탄납을 캐러 가는 곳
마당 깊은 집 아저씨는 우리들이 캐온 탄납을 녹여
커다란 납덩이를 만들어 읍내 내다 팔았다
그런 날이면 우리는
월남방망이 사탕이나 눈깔사탕을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 무릎베개에 누워 산너머 매화골로 사라지는
유난히도 벌건 총알을 보며 내일은
그곳으로 갈까 하다가도 사격장 근처
커다란 뽕나무에 달린 엄지손가락만한 오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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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은 안동의 시인이다.
박정희 개발독재와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유년기를 보내야했던
어린 시절.
그들의 놀이터는 사격장이었고 장난감은 탄피였다. 기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월남전에서 유래한 월남방망이 사탕이었다.
그 질식할 것 같은 시대 상황속에서도 어린 것들은 추억을 싹 틔워냈다. 탄피보다가는 엄지손가락만한 오디를 선택하는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평상에 누워 월남치마 입은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별을 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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