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초등학교 학생이 도시락을 먹지 않은 채 쓰레기 통에 버렸다. 옆에서 보고 있던 한 학생이 우연히 담임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담임 선생님은 버려진 도시락을 쓰레기 통에서 찾아서 먼지를 걷어내고는 아이들에게 먹였다.

당연히 학부형들이 난리가 났다. 쓰레기 통에 버린 밥을 먹였으니 요즘처럼 자식을 귀하게 여기는 부모들로서는 난리가 날만도 했다. 급기야 학부형 회의가 소집되었고 담임 교사의 징계 문제를 의논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변(辯)을 듣게 되었다.

그는 조용한 목소리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학부형들에게 말했다. 쌀은 농민들이 1년 동안 애써서 기른 땀의 결정체인데 상하지도 않은 밥을 먹지도 않고 쓰레기 통에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쓰레기를 걷어내고는 내가 세 알을 먹고, 아이들에게는 두 알을 먹였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학부형들에게 침묵이 흘렀다. 좌중이 잠잠해졌다. 담임 교사의 그 숭고한 뜻을 학부형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급기야 이 얘기는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우리 나라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바르게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을 수반하거나 정신적인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지식은 누구나 가르칠 수가 있지만 사람됨을 가르칠 때는 가르치는 사람의 사람됨의 향기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내 자식에 대하여 일본의 학부형의 눈과 귀만 가지고 있었지, 담임 교사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참으로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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