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우리 시 읽기

권석창(1951~)

당신은 까닭 모르게 슬퍼져서
유리창에 가만히 머리를 대고
울어 본 적이 있나요
울면서 몰래 옥상에 올라가
바람에 눈물을 말려 본 적이 있나요
보이지도 않는 바람이 당신에게로 와서
소리가 되고 몸짓이 되어
당신의 부질없는 물기만 데리고
바람은 떠나고 눈물만 짙어져
슬픈 암호처럼 소금만 남아
이제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하고
한 계단 두 계단 옥상을 내려오며
참으로 소리죽여 울어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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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은 영주의 시인이다.
여름에 옥상 위에 올라가면 건들건들 더위를 식혀줄
바람이 조금씩 분다.
그 바람에 땀을 식히다 보면 불현듯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자신이 조금씩 늙어간다고 생각될 때이다.
그 때는 바람에 눈물을 천천히 말리며 혼자 울어도 좋으리.
그 눈물 진통제를 맞으면 한동안 시원해질 수 있음으로.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길 수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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