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우리 시 읽기

강형철(1955~)

나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 말했던가
칸나꽃 붉게 폈던 여름이었나
그대 왼손을 들어 헝클어진 머리칼 올려
땀을 닦던 유리창 곁이었나

나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 말했던가
세월은 흘러 너와 나의 얼굴엔
시간이 숨쉬고 간 그늘만 아득하고
그때 서로에게 기댄 이야기가 가늘고 긴
주름으로 기울었는데

나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 말했던가
우부룩한 잡풀더미 속
칸나꽃 붉게 피어 우르르 밀려와
저기서 문득 멈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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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첫사랑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 서투름과 풋풋함이 나이 들수록 그립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좋았던 기억, 좋았던 사람, 그와 함께 보낸 수많은 밤과 깨알같은 이야기들, 함께 거닐었던 긴 강변도로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얼굴에는 시간이 숨쉬고 간 그늘만 아득하다. 세상이 야속하다
박승민(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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