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하나는 기다림이다. 기다리지 못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신세대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기다림이란 단어는 없다.

오륜 중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있다. 이 중에 ‘친(親)’을 이야기로 풀어보면 참 재미가 있다. 시골 마을에 홀어머니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장날인 어느 날 아들은 아침 일찍 장을 보러 갔다. 어느덧 하루가 가고 해거름이 되었다.

사방은 어둑어둑해지는데 장에 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는 마을 동구 밖 정자나무로 갔다.

거기에서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았다. 아무리 장터 쪽을 바라보아도 아들이 보이지 않자 정자나무에 올라가서 아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정자나무(木) 위에 서서(立) 목을 빼고는 아들이 오는지를 살펴보았다(見). 이 세 글자가 합성되어 ‘친할 친(親)’이 되었다.

기다리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므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어머니의 마음과 같이 푸근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곧 사랑이요, 소망인 것이다.

아무리 해가 지고 어두워도 그 어둠이 어머니의 마음을 빼앗아 가지 못하듯이 기다림이 있는 사람의 가슴에는 늘상 광명이 있다.
반면에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점에 들어가자 말자 빨리 음식을 내어오라고 성화다. 신호등이 바뀌고 1초도 되지 않아서 가지 않는다고 경적을 울린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전혀 알지 못해도 ‘빨리빨리’는 안다고 한다.

기다림은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덕목이다.
기다림은 사람과 그 사람이 속한 사회에 대한 믿음이다. 어머니의 푸근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기다림이 참 중요한 때인 것 같다.
특히 우리 사회가 그렇다.

[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