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수의 세상엿보기

90년 만의 가뭄이라 했던가. 30년 만의 열대야라 했던가. 산천초목이 타 들어가던 유래 없는 가뭄도 푹푹 쪄대던 열대야도 어느새 저 만치 썩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아직은 식지 않은 따가운 햇살이 기승을 부리지만 조석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감싸 돌며 계절의 길목임을 실감케 한다.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사색의 계절이라 했던가! 서른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노총각의 허전한 옆구리의 쓸쓸함도 느껴지지만 그것 만은 아니다. 치고 박는 이소룡의 용쟁호투의 혈전인가. 성룡의 취권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물어뜯고 찢는 진흙탕 도사견 개싸움인가.

재미도 스릴도 하나도 없는, 없는 자궁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지긋지긋한 싸움이 있다. 눈치 빠른 분들은 그 싸움판이 서울 여의도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리라 믿는다.

끝없는 소모적 당쟁정치를 보며 짙은 검은 안개가 심장을 기습해 온다. 나는 누구인가? 수만 번도 더 생각해온 산다는 게 뭘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 아직 사춘기가 끝나지 않은 걸까? 참으로 골 때리는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던가. 허무맹랑한 생각이지만 이런 본질적(정체성) 의문을 던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참된 삶으로 가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오늘과 같이 상업지상주의에 매몰돼 더불어 나누는 참된 삶을 모르는 절대 경쟁자들이 출세하여 추앙받는 인간상실의 시대에선 말이다. 이제 고독한 상념의 검은 안개지역을 헤쳐 본론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솔직히 까놓고 말해 이 나라 이 지역, 특히 경상도에선 나라 망할 반DJ호남정서라는 오만한 몹쓸 지역감정이 있다. 물론 호남에도 있지만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이유 없이 싫고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그 몹쓸 정서를 집단적으로 세뇌하고, 세뇌 받아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역 정서와는 맞지 않은 민감한 부분을 글로써 갈겨대는, 난 솔직히 만에 하나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지 않을까 싶어 DJ정부를 비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정부비판과 지역감정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대중정부의 개혁과 시민단체의 개혁이 맞닿아 있고 또, 기득권을 유지해온 영악한 정치모리배들이 반 DJ정서 즉, 지역감정에 기대어 선전선동하는 홍위병, 음모론, 유착설, 심지어는 색갈론을 퍼트리며 개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라는 망하든 말든, 이 지역에선 DJ정부 비판하면 글 잘 쓴다며 좋아 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한 예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으로 다가와 이런 글을 쓰게 한 친구의 말을 빌려 보도록 하자. "어른들이 그러더라 대나무가 왜 죽는지 아나?" 왜 "DJ가 정치를 잘못해 그렇다" 지역감정에 세뇌된 기막힌 말에 더 이상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대나무 죽는 것하고 DJ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솔직히 DJ정부 정말 싫다. 하지만 지난 50년간을 기득권을 유지해 이 나라의 경제를 IMF로 갔다주고도 일말의 책임은커녕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족의 사활이 걸린 남북문제에서도 조차 케케묵은 색깔론을 들먹이며 개혁을 방해하는 한나라당이 더 싫다. 물론 경기침체 김대중정부의 책임이 있다.

지금 유래 없는 기상이변과 세계경제가 갈 길을 몰라 휘청거리는 것도 같이 봐 주자는 것이다. 가뭄도 DJ 탓, 물난리도 DJ 탓, 대나무가 죽어도 DJ 탓, 이 모든 것들이 옹졸한 지역감정에서 출발한 반DJ호남정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제금융의 IMF가 왔다는 것은 그 동안의 우리의 생활방식이 잘못 됐다는 것이다.

소나기가 온 후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도 있듯 인생에서 혼란한 과도기라는 것이 있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사춘기 또,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지천명 즉, 갱년기의 40대가 있듯이 사람이 하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한 단계 더 성숙된 사회로 가기 위한 혼란한 과도기가 우리의 어지러운 현실이라 생각한다. 류동수의 세상보기를 쭉 봐 왔는 분들은 느낄 것이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는가? 언론탄압, 언론 길들이기라는 말은 시뻘건 거짓말이다. 생각 해 보시라! 옛날, 아니 불과 수년 전 만해도 이런 글을 쓴다면 아마 쓰기도 전에 안기부에 끌려가 전기고문 물 고문 기절초풍 개피 보지 않았냐 이 말이다.

빽없고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을 진정으로 대변해줄 진보정당은 아직 원내 진출조차 못하고 있다. 그 하나의 길목이 50년만의 정권교체라 확신한다. 고정관념에 깨어나 변화하여 개혁하지 않으면 한 치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다. 나라 망한단 말이다.

그 희망의 첫걸음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아 이간질해 기득권을 유지한 탈세언론, 바로 언론개혁이라는 것이다. 눈이 좌우 두 개인 것은 균형감각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감정은 또 다른 감정을 낳아 본질을 왜곡하고 사물을 보는 이성적 판단과 균형감각을 마취시킨다. 대나무 죽는 것하고 DJ정권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 말이다. 저녁뉴스에 IMF를 졸업했다고 한다.

고통분담이란 미명 아래 몽둥이 찜질을 당하며 쫓겨난 대우차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서민들의 울부짖는 신음소리가 귓전에 들리지 않는가 보다. 구두끈을 다시 매자고 "도대체 사는 게 뭐란 말인가!" 희미한 희망 노무현을 생각하며, 뜨거운 빈가슴에 차가운 쐐주나 들어 부어야 잠이 올 것 같다. 아직 오지 않는 참세상 자유를 꿈꾸며...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