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곳] 선비촌내 전통찻집 차 마시는 ‘뜰’

▲ 선비촌 저자거리의 차마시는 '뜰' 전경
한겨울 평일 오후에 찾은 선비촌은 스산하다. 간간이 관광객들이 저자거리를 서성이기는 하지만 관광철의 북적임이 없어 오히려 조용한 사색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저자거리를 기웃거리다 들어선 곳이 전통찻집 차 마시는 “뜰(대표 강목란. 45)”이다.

20여평의 실내에 좌탁이 놓여 있는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한낮의 따뜻한 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천장과 벽면은 오래된 고가의 원목처럼 운치를 더하고 벽면의 통유리는 바깥 선비촌 고가들이 한눈에 들어와 오래도록 주저앉게 만든다.

▲ 뜰의 주인 강목란씨
당초 휑하니 창고 같았던 곳이 원목으로 만든 테라스며 고풍스런 실내가 어느 대가집 안방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자됐음을 짐작케 한다.

“바깥에서 보면 찻집인지 못 느끼고 지나가는 사람도 들어와서 차 한잔 마시면 평이 좋아요. 보통 찻집은 정성이 안 들어간 비스켓이나 과자 같은 걸 내놓지만 손수 다식과 단자를 만들어 내놓는 데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건강차까지 마실 수 있으니 시내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부쩍 늘었어요”

이는 지난 2006년 11월 문을 연 차 마시는 “뜰”에서 주인 강씨가 자신이 권유한 대추차(대추고리)를 내놓으며 한 말이다.

이 집의 대표메뉴이기도 한 대추차는 나무에서 익은 청량산 대추를 따서 말린 것을 직접 사서 껍질과 씨만 걸러내고 그대로 고운 것이어서 설탕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걸쭉한 대추 진액이다.

지역 특산물인 홍삼 등을 활용한 차도 심심찮게 관광객들이 찾는 메뉴 중 하나이다. 풍기홍삼은 직접 사서 한약처럼 다리기 때문에 차를 한잔 마셔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오미자나 매실차는 주인 강씨가 직접 담아서 만든다. 손님에게도 여러 종류의 차가 있지만 담근 것을 권한다.

최근 유명해진 ‘보이차’는 인공적으로 쪄서 말린 것이 아니라 향이 살아있는 천병(자연숙성된 고급차)을 구입해 내놓고 있지만 찻값은 그리 비싸지 않다.

“보이차는 구입가가 비싸 서울은 최하 한잔에 1만원이지만 반값이면 즐길 수 있어요. 소백다례원 이희정 원장님이 좋은 차를 선별해 주고 있습니다. 고급차는 차인들이 와서 마시기 때문에 나쁜 것을 쓸 수가 없죠”

차와 함께 강정과 단자(떡), 다식이 함께 나온다. 정갈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는 듯하다. 다식은 국산 천연재료를 사용해 자연의 깊은 맛이 난다.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아카시아 꿀이 날 때 많이 구입해뒀다가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 봄에 30병 정도 사 놓은 것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차마시는 '뜰'에서 대추차와 함께 나온 다식들
찹쌀로 빚어 만든 단자(떡)의 경우 손님이 가게 문을 들어서면 즉석에서 만들어 내놓는 정성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같은 전통차의 제조법이나 예법은 2여년 전부터 영주다례원(원장 이희정)에 다니면서 전문적으로 습득했다고 한다.

대추차처럼 고아서 만든 차는 ‘탕’이라 불러야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모두 ‘차’이다. 그러나 주인 강씨는 ‘탕’과 ‘차’는 엄연히 틀리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두루마리처럼 만든 메뉴판에는 손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탕’과 ‘차’를 구분해 둔 것도 눈길을 끈다.

강씨는 “지금까지는 입장료를 내고 출입해야 했던 저자거리가 2월부터 무료로 개방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며 “먼길이지만 찾아준다면 정성을 다한 차맛을 즐길 수 있는 선비촌 안의 작은 명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날이 풀리면 옛 물건과 화분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자리잡아 운치를 더하는 실내 “뜰”에서 테라스처럼 원목으로 만든 바깥 “뜰”에 앉아 차를 한잔 마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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